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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아이돌 팬 활동 안내서 ~ 겐바 실전 즐기기 편 ~

올해 초,

1월 23일 처음으로 한국 지하 아이돌 문화를 접하고

대략 반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이 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의 변화로

착석 및 함성 금지 방침이 해제되어, 

모든 공연이 스탠딩으로 진행된다는 것이겠네요.


한국 지하아이돌 씬에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신규 팬 유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운 팀의 등장 역시도 지속적으로 보입니다.


저는 반년동안 거의 매 주말 겐바를 다녔고, 

얼치기 지하돌 오타쿠로 살며 그동안 느꼈던

겐바 즐기는 방식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하등 상관이 없지만,

해 본다면 훨씬 더 지하돌 겐바가 재밌어지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몇 가지 방식 중

하나만 시도해 보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훨씬 즐거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친구가 별로 없는 솔로잉 오타쿠 기준의 글이라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블레이드 구매



사실 첫 겐바부터 블레이드를 사서

장비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응원봉을 휘두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멤버의 담당 컬러에 맞춘

블레이드를 흔들게 되면

자신의 존재를 해당 멤버가 무대 위에서 발견하기도 쉽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색에 맞춰진 블레이드를

멤버가 잡아주거나 직접 가리키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팬과 아이돌이 가장 직접적으로

서로를 인지하는 순간이죠.


enCon 🎶 @encontradanza 220717 West Bridge Live Hall NYARYU LAST LIVE 「1178Hz」


이것은 사실, 지하 아이돌의 라이브 문화의

정수 그 자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팬과 아이돌의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가슴 뭉클해지는 교감의 순간입니다.



#2. 셋리스트 예습 – 곡 미리 듣기


물론 아닌 팀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아이돌들이 공연 며칠 정도 전에

공연을 위한 셋리스트를 사전에 공유하는 편입니다.



예습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사전 셋리스트 공유를 통해 알게 된 곡을

공연 며칠 전부터 오가면서 들으며

곡이 귀에 익숙해지게 하는 정도로도

우선은 충분합니다.


오리지널 곡이 있는 팀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적어도 곡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어디인지 미리 안다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무대에 서는 순간을

좀 더 집중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곡은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애플뮤직 등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통일되지 않은 표기 등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잘 찾아보면 거의 있는 편입니다.



#3. 셋리스트 예습 – 믹스


믹스(MIX,ミックス)란

다른 공연 문화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응원방식입니다.


올해 4월 이후 겐바를 한 번이라도 가보셨다면,

아이돌이 부르는 곡들의 특정 파트에서

팬 십수명이 원 형태로 뭉쳐

동일한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가령 이런 거죠.


220515 루나스테 라쿠와루 (RAKUWERE) 와루 WERE 중심 직캠 (FES☆TIVE - カンフーミラクル〜愛〜)


곡이 시작되고, 전주가 흐르는 부분에

관객석에서 외치는 구호가 들리시나요?

이 구호는 잘 알려진 믹스 중 하나이며,

짧은 전주 구간에 자주 들어갑니다.


정확한 표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ミョーホントゥスケ!化繊飛除去!ジャジャ!ファイボー!ワイパー!

묘-혼투스케! 카센토비죠쿄! 쟈쟈! 화이보! 와이파!



굳이 의미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믹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운율과 각운이 맞는 단어들의

무작위 나열로 만들어졌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왜’ 외치는지가 아니라,

이미 외치는 문화가 있고

외치면 확실히 재미있으며

구호에 맞춰 응원을 하는 것은

지하 아이돌 문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당장 야구장에만 가 보더라도,

단순히 함성만 외치는 것 보다는

응원하는 팀의 응원가와 구호를 알고

이것을 함께 외치면

훨씬 더 즐겁고 일체감이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아이돌이 공연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커버 곡들은 

이미 일본 팬들이 정해둔 믹스가 있고,

보통 이 곡의 믹스를 거의 그대로 따르는 편입니다.


유튜브에서 해당 곡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면

어떤 곡의 어떤 구간에 어떤 믹스가 들어가는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곡마다 행해지는 이 정도의 예습이 조금 버겁다면,

그냥 기본적으로 널리 쓰이는 믹스 몇 가지를 외우면

거의 80% 정도의 믹스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믹스에 대한 글은 따로 써야 할 정도의 분량이 예상되므로

추후에 별개의 글을 써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4. 셋리스트 예습 – 후리코피


후리코피(フリコピ)란 곡의 안무를 따라하는 것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따라하는 것은

공연과 곡 그 자체를 즐기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굳이 예습한다는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리 영상을 한 두번 정도 찾아보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냥 팔짱끼고 공연을 보는 것 보다는,

간단한 팔 동작 정도를 곡에 맞춰 따라해 보는 건

생각보다 정말 재밌는 경험입니다.


enCon 🎶 @encontradanza 220730 클럽 A.O.R. LIPIMOON First ONEMAN Live 리피문



하루스페의 멤버 한야님의 경우,

아이돌 활동 경력도 길지만 

누군가의 팬이었던 시간도 긴 편이라

겐바에 가면 종종 무대 위에서 MC구간에

후리코피와 관련된 짧은 강의를

해 주시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클릿츠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투스텝 역시도 후리코피의 일종이라 볼 수 있겠네요.



#5. 마치며


공연, 적어도 지하 아이돌 공연을 볼 때

리액션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문화를 깊이 즐기는 자신을 위해서도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훨씬 즐겁고,

무대 위에 서는 사람 입장에서도

무대 아래 팬들의 리액션은 정말 중요합니다.


긴 연습 시간과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를 감수하면서도

다음 번에도 무대에 서게 하는 이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스페의 멤버 한야님의 코멘트는 

이 부분을 잘 짚어주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함성을 몇년만에 들었더니,

울컥할 정도의 감동이 밀려왔어요.”


enCon 🎶 @encontradanza 220430 FLEX LOUNGE (플렉스 라운지) ARU LAST LIVE -Dayspring- 소코노키미니 - 아루



아이돌이 있기 때문에 팬이 있고,

팬이 있기 때문에 아이돌이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면

둘 다 이 씬에서 오랫동안 버티면서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스탠스로

이 문화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팬도 아이돌도 즐거울 수 있을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건 서로를 위해서라도

정말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순간만을 위해 서로가 준비한다는건

사실 정말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죠.


라조🧸🧸🧡🧡@rakujoa0109


언제가 될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음 번 글은 실전 믹스 가이드로 써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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